[스크랩] 아름다운 꽃"선인장"
아름다운 꽃"선인장"
엄마의장독
그해 겨울, 엄마는 해마다 만드는 메주를 유난히 많이 만드셨습니다. 간장,된장,고추장,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척척 사먹는 시대에 왜 사서 고생인지 모르겠다고 철부지 딸이 불평 섞인 소리를 툭툭 던지면,
엄마는 당신의 손맛을 천연덕스럽게 자랑하십니다. "사먹는 게 아무리 엄마 손맛에 비길까?" 나 또한 엄마의 손맛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이내 불평을 거두곤 했지만, 사실 겨우내 방안에서 풍기는 메주 곰삭은 퀴퀴한 냄새는 여간해선 참기 어려웠습니다.
엄마가 몸져누우신 건 된장,고추장이 다 익기 전인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저 가벼운 감기려고 생각하고 무심코 넘겼는데, 의사는 폐암 말기라는 가혹한 진단을 내렸습니다.
장독대에 차곡차곡 장을 담그며 흐뭇해하시던 엄마의 올곧은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엄마는 더이상 장독대를 어루만질 수 없게 되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봄, 유난히도 햇살이 밝았던 4월 어느 날, 엄마는 우리 곁을 떠나 셨습니다.
엄마에게 휘장처럼 드리워졌던 폐암의 고통은 이제 한 줌의 재로 흩어졌습니다. 우리 가족은 먼길 가시는 엄마를 가슴에 묻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덧없이 엄마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마치 살아생전 엄마의 모습처럼 꼿꼿이 서 있는 장독.....
장독 뚜껑을 하나하나 열어 보니 그 안에는 평소보다 갑절씩 담가둔 간장,된장, 고추장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먼길 떠날 걸 예감이라도 하셨듯 말입니다. 나는 엄마가 담가놓고 간 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봅니다.
엄마의 체온이, 엄마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 고추장을 먹을 때마다 엄마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장독에는 손도 못 대고 그냥 돌아오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보기에도 아까운 된장, 고추장이 줄어가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서입니다.
엄마가 못견디게 그리울 때면,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독대가 늘 그렇게 그 자리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나는 엄마의 장독들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행복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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