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아름다운 꽃"선인장"

BAER 2014. 9. 3. 16:21

아름다운 꽃"선인장"

 

 

함평엑스포공원 다육식물원

 

 

엄마의장독

 

 

그해 겨울,

엄마는 해마다 만드는 메주를 유난히

많이 만드셨습니다.

간장,된장,고추장,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척척 사먹는 시대에 왜 사서 고생인지 모르겠다고

철부지 딸이 불평 섞인 소리를

툭툭 던지면,

 

 

엄마는

당신의 손맛을 천연덕스럽게 자랑하십니다.

"사먹는 게 아무리 엄마 손맛에 비길까?"

나 또한 엄마의 손맛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이내 불평을 거두곤 했지만,

사실 겨우내 방안에서 풍기는 메주 곰삭은 퀴퀴한 냄새는

여간해선 참기 어려웠습니다.

 

 

엄마가

몸져누우신 건 된장,고추장이 다 익기 전인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저 가벼운 감기려고 생각하고 무심코 넘겼는데,

의사는 폐암 말기라는 가혹한 진단을

내렸습니다.

 

 

장독대에 차곡차곡 장을 담그며 흐뭇해하시던

엄마의 올곧은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엄마는 더이상 장독대를 어루만질 수 없게

되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봄,

유난히도 햇살이 밝았던 4월 어느 날,

엄마는 우리 곁을

떠나 셨습니다.

 

 

엄마에게 휘장처럼 드리워졌던 폐암의 고통은

이제 한 줌의 재로 흩어졌습니다.

우리 가족은 먼길 가시는 엄마를 가슴에

묻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덧없이 엄마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마치 살아생전 엄마의 모습처럼

꼿꼿이 서 있는 장독.....

 

 

장독 뚜껑을 하나하나 열어 보니 그 안에는

평소보다 갑절씩 담가둔 간장,된장, 고추장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먼길 떠날 걸 예감이라도 하셨듯

말입니다.

나는 엄마가 담가놓고 간 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봅니다.

 

 

엄마의 체온이,

엄마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 고추장을

먹을 때마다 엄마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장독에는 손도 못 대고

그냥 돌아오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보기에도 아까운 된장, 고추장이 줄어가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서입니다.

 

 

엄마가 못견디게 그리울 때면,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독대가

늘 그렇게 그 자리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나는 엄마의 장독들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행복한세상===

 

 

 

 

 

 

 

 

 

 

 

 

 

 

 

 

 

 

 

 

 

 

출처 : 첼린즈
글쓴이 : 산그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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