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故조은령 감독] 조총련계 재일동포 다큐 - 하나를 위하여 (한국어 자막) -
http://www.youtube.com/watch?v=dsZ5U2yEb7I
Synopsis
고인이 되기 전 삼 년 동안 조은령 감독은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을 주제로 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2000년 12월에 극영화 <하나>를 위한 취재차 일본을 방문하고, 거기서 조선학교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일제에서 해방된 후 강제 징용 등으로 끌려간 재일동포들이 조국에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본 땅 전역에 세운 우리말 강습소가 바로 현재의 조선학교이다. 조은령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재 조선학교의 교육을 이끌고 나가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접하게 되었고, 2002년 1월부터는 일 년 동안 준비해오던 극영화 시나리오를 포기하고, 그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론티어>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추모 영상 <하나를 위하여>는 조은령 감독이 마지막 삼 년 동안 오사카와 홋카이도 등 일본 조선학교의 선생님, 학생들과 가졌던 관계에 관한 영화이며, 그들이 추억하는 조은령이라는 사람을 통해 생전에 조은령 감독이 가졌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작의도
- 조은령
오랫동안 총련계 재일동포들은 일본에 사는 북한 국적의 사람들이라 오해받아 왔다. 총련계 동포들 중 많은 이들이 ‘조선’이라는 국적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 특히 지성인이나 기자들마저도 이 ‘조선’이라는 국적이 ‘북조선’의 그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하지만 역사를 조금만 공부해보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던 시기, 수많은 조선 사람들이 일본으로 강제 연행되어 끌려갔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아 있던 우리 동포들은 ‘일본인’이라는 법적 자격을 박탈당하고 일방적으로 ‘조선’이라는 국적을 부여받았는데, 이는 실제적인 차원의 국적이라기보다는 출신지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거의 백 년 전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적을 지키고 있는 재일동포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무국적자들인 것이다.
1965년 한일협정이 발효됨으로써 재일동포들은 대한민국 여권의 소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자격에 부합한다면 일본인으로 귀화하여 일본의 여권을 갖는 것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14만 명에 달하는 재일동포들은 온갖 불편과 차별을 이겨내며 조선적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들이 반세기 넘도록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을 한국에서 피상적으로 생각하듯 북한 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 때문은 아니다. 한반도에 있는 두 나라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하나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신념, 하나된 조국의 국적을 가지게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강한 통일에 대한 염원이 이들에게 반세기를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온 것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탄압, 재정의 어려움과 싸워오면서도 조선학교에서 꿋꿋이 민족 교육을 지켜왔던 것 또한 하나의 구심점이 되었다.
일본에서 우리 동포들의 민족교육에 대해 공부하면서 현재 조선학교의 모체가 해방 직후 일본 전역에서 자체적으로 일어났던 국어강습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쟁 직후, 아무 것도 갖추어진 것은 없었지만 우리 말과 글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일본에 살고 있어도 조선 사람이라능 긍지를 심어주었던 국어강습소의 정신이 반세기가 넘도록 조선학교에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조선학교의 교육과 역사는 남과 북의 문제를 떠나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어떻게 대를 이어 타향에서 우리 민족의 말과 글, 정신과 긍지를 지켜왔는가에 대한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사람을 만나서 사귀게 될 때 처음에는 그 사람의 외모가 눈에 띈다. 키자 작다든지, 안경을 쓰고 있다든지, 얼굴이 까맣다든지, 이빨이 덧니라든지… 하지만 그 사람과 친구가 되어 더 알아나가게 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 그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그 사람의 꿈 등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조선학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조선학교에 대해 다룬 방송이나 기사들을 보면 조선학교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보이는 것들, 학생들의 치마저고리 교복이라든가, 교실마다 걸려 있는 초상화 같은 것에 시선이 집중되는, 피상적인 차원의 이해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다.
한국에서의 극장용 다큐멘터리의 선례가 극히 적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르포르타주 성격의 방송용 다큐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공부하고 제작해 스크린에 올릴만한 가치가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한국 사람들이 보더라도, 재일동포들이 보더라도, 한민족이 아닌 관객들이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을만큼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조선학교의 피상적인 겉모습을 넘어서 조선학교에 다니고 있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닌 아이들의 꿈을 영화에 담고 싶고, 그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면서 학교를 지켜오고 민족을 지켜왔는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하고 싶다.
지리적 통일에 앞서 공통된 언어, 문화, 역사의 민족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마음이 하나로 엮어지는 것을 경험했던 것처럼 스포츠나 예술에는 국경과 이념의 장벽 너머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려 하는 이 영화가 한국과 조선적 재일동포들을 잇는 다리가 되고 일본 땅에서 우리 민족학교를 자랑스럽게 지켜오신 분들에게 작은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명준
조은령 감독이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을 다시 만나가면서, 그들과 조은령 감독이 나눈 추억들을 같이 나누고 조은령 감독이 품었던 마음의 편린을 보면서,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접하고 애통해하는 재일 조선인들의 눈물을 보면서 우리들에게 통일이란 무엇인지,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 민족의 구성원인 동시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은 무엇인지, 그런 모든 것 너머 영화를 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에게 질문하고 싶었다.
http://www.echofilm.com/become_1